프로젝트 소개
400년 역사의 구미 동아시아학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중국에서 활동한 예수회 소속 이탈리아인 선교사 마테오 리치(1552-1610)를 유럽 중국학의 원조로 볼 수 있다면, 구미에서의 동아시아학 연구는 이미 4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시아 지역연구를 주도하는 아시아학회(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이하 AAS)에서 발행하는 아시아학 관련 온라인 문헌목록인 BAS(Bibliography of Asian Studies)에는 구미에서 1971년 이래 2013년 4월까지 출간된 논저(주로 영어)만 무려 820,000여건이 수록되어 있고, 1950년 이후 발간된 동아시아학 관련 단행본 수만 120,847권에 달한다.
한국의 동아시아학
한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동아시아학이 발전한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해방 이후 자생적 동아시아학 연구의 태동을 1962년 한국중국학회의 창립이나 1965년 동양사학회의 창립 시기 정도로 볼 수 있다면, 한국에서의 동아시아학 연구는 50여년 정도의 유년기를 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중국학을 비롯한 동아시아학은 양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학술지들과 함께 동아시아 관련 연구서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규모의 각종 연구비와 장학금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한국에서의 동아시아학이 국제적으로 주변부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아쉬움도 존재한다. 과연 자신들의 연구를 동아시아학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는 국내의 개별 연구자나 집단 중 국제적으로 그 학문의 수준이나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화이부동의 동아시아학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현실이 지속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국내 학계의 구미 동아시아학 연구에 대한 “화이부동” 정신의 결여를 꼽고 싶다. 물론 1970년대 이래로 구미 동아시아학의 주요 연구 성과가 특정 주제별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음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국내 연구의 주요 흐름은 대체로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경도되어 있음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실 어느 지역의 학문이든 그 발전과정 속에 내재된 장단점이 있기에, 구미의 동아시아학이 중국이나 일본, 한국의 그것을 넘어설 정도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또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최소한 한국에서 그들 학문의 균형적 수용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
영어, 불어, 독어권을 중심으로 출간된 동아시아학 연구들 중 학술적 가치를 지니는 文史哲 분야의 주요 성과를 선별하여 내실 있는 실용적 DB 구축
기존의 동아시아학 참고자료와 DB
현재 활용되고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다양한 동아시아학 DB들은 대체로 1990년대 후반부터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구미에서는 유용한 동아시아학 참고자료들이 인쇄본으로 존재했다. 이들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종합안내서로, 엔디미언 윌킨슨(Endymion Wilkinson)의 Chinese History: A New Manual 中國歷史新手冊 (2012)가 대표적이다. 둘째, 특정 항목을 심도 있게 정리한 자료집이나 색인류로, 다양한 인명사전이나 Harvard-Yenching Institute Sinological Index Series (Beiping, 1931-1950)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참고문헌 목록으로, 이들은 분야나 시대를 망라한 “종합목록”(enumerated bibliography)과 “주제별 목록”, “해제목록”(annotated bibliography)의 세 가지로 대별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동아시아학 DB 역시 큰 틀에서 이들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Leiden University)의 중국학연구소(Sinological Institute)에서 1995년부터 구축한 Internet Guide for Chinese Studies에 포괄된 다양한 DB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다만 인쇄물이 지닌 용량의 한계를 극복한 그 방대성과 다양한 검색 기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우리 DB의 차별성
우리 연구팀이 추구하는 DB는 위에서 언급한 참고문헌 목록 중 “해제목록”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이러한 유형의 효시로, 고대 이래 1920년까지 모든 주요 서양 언어로 출간된 중국에 관한 이차 연구들을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앙리 코르디에르(Henri Cordier, 1849-1925)의 목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목록에는 적지 않은 연구들의 목차와 함께 대부분의 책들에 대한 서평의 서지사항까지 제시되어 있다. 또한 찰스 허커(Charles O. Hucker, 1919-1994)가 펴낸 중국에 대한 비평적 문헌목록(1962)과 찰스 헤이포드(Charles Hayford)의 목록(1997) 등도 여러 문헌들에 대한 간략한 주석과 요약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기존의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 팀은 다음의 세 가지 항목을 추가했다. 첫째, 각 논저의 목차 번역이다. 둘째, 단행본의 경우, 그 책의 서평(들)에 대한 서지사항을 제공한다. 셋째, DB가 지니는 가장 중요한 장점인 다양한 분류 방식을 통한 검색 기능을 추가한다. 따라서 본 DB에서 소개될 단행본 항목에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이 제공되며, 논문의 경우 단행본 양식이 축소된 형태이다.
2. 다양한 방식의 분류와 주제어
3. 목차 번역
4. 단행본의 개요 및 학술적 의의
5. 서평(들)의 서지사항
연구방법
구미의 동아시아학 연구가 대체로 프랑스와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주도된 점을 감안해서 연구의 대상 역시 영어, 독어, 불어권으로 한정했다. 1950년대를 분기로 구미 동아시아학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전했으므로 미국에서의 연구는 1950년대 이후(실상은 1970년대 이후) 위주로,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연구는 그 이전과 이후를 모두 포괄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조금 더 좁힐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어마어마한 연구 성과들 중에서 어떻게 주요 성과를 가려낼 수 있을까? 일단 그 대상을 출간된 단행본과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두 부분으로 나누고,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방법으로 선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첫째, 단행본의 경우 Journal of Asian Studies와 Toung Pao, Orientalistische Literatuzeitung 같은 주요 (동)아시아학 학술지들에 서평이 게재된 것들 중에서 선별했다. 서평의 대상이 된 단행본들은 어느 정도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약 3200권의 단행본을 예비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둘째, 논문의 경우는 워낙 종수와 편수가 많아 우선 구미에서 발간되는 주요 학술지 목록을 설정하고, BAS(Bibliography of Asian Studies) 목록작업의 대상이 된 주요 동아시아학 학술지 50여종을 일차적으로 선별했다. 여러 차례 논의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영어권 39종, 불어 8종, 독어 7종으로 좁힐 수 있었다(이하 상세 내용은 “연구활동” 항목의 ‘WEAS결과보고서’ 참고 가능).